천성래의 인문학 산책 <만파식적>

<광주,소비자저널==김대혁 기자>  만파식적 (萬波息笛) (험한 파도를 피리를 불어 잠재우다)

신라의 신문왕이 부친(=문무왕)의 뜻을 이어 경북 월성군에 감은사를 세웠다. 둘은 모두 왜병을 진압하고자 절을 지은 것이다. 신문왕이 절의 공사를 마치면서 뜰아래에 동쪽을 향해서 구멍을 하나 뚫어 두었는데 용이 이 구멍을 통해 들어와서 돌아다니게 하기 위함이었다. 훗날 정말 용이 나타난 것을 보았고, 보았던 장소를 이견대(利見臺)라고 불렀다. 어느 날 동해로부터 작은 산 같은 것이 감은사를 향해 둥, 둥 떠내려 왔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서 일관(日官:점성술 관원)으로 하여금 점을 치게 했다.

“대왕의 아버님께서 지금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호위하고 계십니다. 김유신 공도 지금 인간세계에 내려와 나라를 호위하고 있사옵니다. 두 성인(聖人)께서 덕을 베풀어 지금 이 나라를 지킬 보물을 주시려고 하시니 폐하께서 바닷가로 나가시면 큰 보물을 얻을 것입니다.”

일관이 이렇게 말을 했다. 왕은 기뻐하여 정말 이견대로 나가서 밤낮으로 살펴보았다. 그런데 산 위에 하나의 대나무가 있어서 낮에는 둘이었다가 밤에는 합해서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왕이 그 후 밤에 꿈을 꾸면서 용을 만나게 되었다. 왕은 대나무가 합쳐졌다 나누어지는 까닭이 무어냐고 용에게 물었다. 용이 대답했다. “한 손으로 치면 소리가 나지 않고 두 손으로 치면 소리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대나무는 합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니 왕께서는 소리를 가지고 천하를 다스리실 징조십니다. 이 대나무를 가지고 피리를 만들어 부시면 온 천하가 화평해질 것입니다.”

왕은 자신의 아버지와 김유신 공이 모두 바다 속의 큰 용이 되신 것을 믿었다. 왕은 이들이 자신에게 큰 보물을 보낸 것을 확신했다. 왕은 대나무를 베어서 바다에서 나왔는데 둥, 둥 떠오던 산과 용이 갑자기 모양을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이런 소식을 접한 왕의 아들이 달려와서 하례하고 천천히 살펴보니 옥대의 여러 쪽이 모두 용이었다. 왕이 물으니, “옥대의 한쪽을 떼어 물에 넣으니 금새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옥대의 다른 쪽을 떼어서 물에 넣으니 역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왕은 용의 계시처럼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었다. 왜병들이 침략해 들어올 때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었더니 적병들이 모두 달아났다. 그리고 병든 자가 이 피리 소리를 듣고 병이 나았으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에는 비가 그치며, 바람이 멎고 물결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이에 만파식적이라 부르고 국보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 기이편>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려는 선조들의 애타는 노력이 엿보인다. 만파식적은 백성을 사랑하는 왕의 넓은 마음과 조상을 받들고 섬기려는 지극한 효성이 깃든 우리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설화이다. 대나무로 만든 피리와 피리를 불면 이적이 일어나는 이 설화는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신문왕은 조상신들에게 나라의 평안을 빌었다고 전해진다. 신문왕 시기는 반란이 일어나는 등, 신하들이 왕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기였으므로 상대적으로 이런 이적이 나타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도전하는 세력들을 제압하려고 애쓰면서 전쟁의 위협 역시 여전했으므로 이런 이적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만파식적 설화는 신라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려는 왕의 간절한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천성래천성래(소설가, 시사평론가)

전남 화순 출생, 소설가, 시사평론가, 국문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발표작으로, 장편『타배(駝背)의 불춤』, 연작 장편소설『베틀』,장편『고개숙인 남자』,『술꾼』(전2권),『소설 단발령(斷髮令)』,『아름다운 날들』(전2권),노조 운동권 소설『텐트를 치는 여자』(전2권),동화『바람산의 아이들』,『소설 천추태후(千秋太后)(전2권)』,『소설 금융실명제』(공저),시집『사랑별곡』,『저 불꽃처럼 살고 싶은 사람들은』,인문서『언어의 이해』(공저),『LEET 언어이해』,『근대 계몽기 여성과 종교』, 문화 칼럼집『재미있는 문화 이야기』(근간),역서 『인체와의 대화』,월간『불교』에 구도소설「불타는 노을」연재, 계간 『문학과 의식』에 『황소의 반란』등 중단편 10여 편 발표, 30여권의 저서가 있다. 단편「도시새」신인문학상, 단편「거룩한 선택」올해의 작가상 수상, 장편『아름다운 날들』올해의 좋은 소설 선정, 장편『소설 단발령』문예진흥원 창작기금 수상, 동화『바람산의 아이들』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 되었다.시사종합월간<헤드라인 뉴스> 편집주간 역임, 월간 <헤드라이너> 편집주간 역임, KBS 제2라디오 경제포커스 편집위원, 법률출판사 기획위원, 노동부 발행『노동비화(勞動秘話)』집필위원, 법무부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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